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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도 안돼, 러시아도 안돼.. 오직 한국만 중동 시장 뚫었다

실전으로 입증된 K239 천무
韓 무기 중동 수출 7배 상승

뉴스리더 박성수 기자 |

최근 중동이 심상치 않다. 아닌 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가 K-239 천무를 실전에 투입하면서 대한민국 무기 체계에 대한 중동의 러브콜이 심상치 않은 것이다. 그동안 중동은 특유의 안보 환경 탓에 외산 무기를 극비리에 도입하는 게 보통이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계약이 물밑에서 이루어지는 등 철통 보안 속에서 철저한 기밀을 유지해 오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이 중동의 오랜 관습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제는 아예 대놓고 대한민국 무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사우디아라비아의 대구경 로켓 수십 발이 예멘 후티 반군을 향해 쏘아졌다. 후티 반군은 레바논 헤즈볼라, 팔레스타인 하마스와 더불어 이란의 지원을 받는 대표적인 무장 단체다. 그 기원은 시아파의 종교적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자이드파 운동에서 비롯되었다.

 

하지만 현재는 이란을 대리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직접적인 무력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예멘은 앞서 언급한 대로 시아파를 따르는 반군 ‘후티’와 그들이 축출한 하디 정부, 이 하디 정부를 지원하는 아랍 연합군 그리고 남예멘 분리주의자들이 삼파전을 치르고 있다. 호사가들은 이를 두고 ‘중동판 삼국지’ 등으로 표현하고 있지만, 벌써 10년 가까이 이어진 예멘 내전은 중동의 복잡한 지형도를 상징하는 참사다. 특히 후티 반군이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의 지원을 받는 반면 아랍 연합군의 중심이 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수니파 종주국이라는 사실이 내전의 장작이 되고 있다.

 

물론 저간의 역사는 훨씬 복잡하고 오래된 이야기다. 시아파와 수니파는 이슬람이라는 동일한 뿌리에서 갈라져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그 대립의 역사는 자그마치 1,400여 년이나 이어져 왔다. 역사와 갈등의 골 만큼이나 해법이 요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외부인으로서 이슬람 세계관을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들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다만 그 시작과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예멘 내전이 오늘날 중동을 둘로 나누는 가장 큰 앙숙인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대리전이자 국제전이라 평가받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있었던 사우디의 후티 반군 포격 역시 이러한 배경을 빼놓고 볼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사우디의 포격이 후티 반군을 향한 무력시위이자 경고라고 분석한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이후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을 날려 보내고 있었다. 그들이 반미, 반와하비즘, 반유대주의, 반서방 주의를 표방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크게 이상한 일도 아니다. 문제는 이것이 중동의 긴장감을 높인다는 데 있다. 이번 사우디의 포격은 분쟁 조장을 막기 위한 무력시위이자 경고다.

 

그런데 딱 여기까지가 표면적인 이유다. 지금까지 언급했던 수많은 이유를 감안하더라도 이번 포격에 대한 국제 사회의 관심이 예사롭지 않다. 사다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든 주인공이 K-239, 한국산 다연장로켓 천무로 밝혀지면서 데뷔전을 치른 천무의 성능에 관심이 집중된 것이다.

 

현재 사우디는 비밀리에 도입된 한국산 천무 외에도 브라질의 ASTROS II와 미국산 M270 MLRS 등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공격에 사용된 무기 체계로 천무가 거론되는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바로 사다의 위치 때문이다.

 

후티 반군의 발생지이자 그들의 주력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사다는 예멘 북부의 최전선 거점 도시로 꼽히지만 위치적으로 사우디 국경과의 거리가 제법 멀다. 직선거리로 따져도 최소 45km 이상 떨어져 있는데 서울에서 대략 포천 정도의 거리인 셈이다.

 

여기에 일반적으로 국경에서 10~20km의 완충 지대가 놓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반 자주포에 비해 훨씬 긴 사거리가 필요했을 것이다. 또한 현재 중동의 상황을 고려하면 후티 반군이 반격을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월등한 화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천무는 이러한 조건을 훌륭하게 만족했고 후티 반군은 반격은 물론 대응 사격을 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들이 가진 포병 무기로는 사거리 확보가 불가능한 데다 천무의 화력이 워낙 월등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같은 천무의 화력은 국제 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대한민국이 중동 시장에 착실히 쌓아온 성과가 마침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사실 한국 무기에 대한 중동의 관심은 불과 1~2년 된 이야기가 아니다. 중동의 한국 무기 도입량은 지난 10년 새 7배나 늘어났고 2022년 한 해에만 무려 6억 5978달러, 한화 약 7,741억 원의 규모를 자랑한다. 중동을 대상으로 한 전체 산업 수출 규모가 근 10년 새 67%가량 감소했다는 점과 대한민국이 무기 거래 조약 가입국으로 분쟁 중인 국가에는 무기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놀라운 수치라 하겠다.

 

특히 석유나 천연가스 등을 생산하는 중동의 부국들이 대한민국 무기 수입량을 늘리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유의미하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UAE와 사우디가 각각 1,755억 원, 1,269억 원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중 UAE는 지난 2022년, 단일 무기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던 약 4조 1천억 원 상당의 천궁-2를 구입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또한 UAE는 이후 약 2조 원대 규모의 천무 수입까지 결정지었다. 심지어 이걸로도 모자라 최근엔 KF-21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히기도 했는데, 이 정도면 아예 K-방산의 고정 고객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그런데 대한민국 무기에 대한 중동 지역의 선호도는 이미 도입된 무기 체계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이라크와 튀르키예, 이집트 등이 FA-50과 K-2 흑표, 그리고 K-9 자주곡사포 등을 운용중이다. 게다가 현재 진행 중인 무기 수주 협상도 적지 않다. 이미 24대의 FA-50을 운용하고 있는 이집트는 한국과 최대 100대의 FA-50 추가 수출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2022년엔 모로코가 K-2 흑표 전차 도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또한 이집트 역시 노후한 소련제 전차 대체를 위해 K-2 흑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방산 체계 도입이 최초 계획부터 수출 계약까지, 통상 수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국가와의 정식 계약 소식은 다소 시간이 걸릴 듯 보인다.

 

이뿐만이 아니다. 아직 해외 수출 실적이 전무한 국산 헬기 부문에서도 긍정적인 소식이 기대된다. 최근 두바이 에어쇼에서 한국산 기동헬기 수리온과 LAH 소형 무장헬기가 실물 전시에 이어 고난도 기동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던 덕분이다. 행사에 참여한 방산업체만 약 1,400여 개가 되는 데다 다수의 업체가 눈도장을 찍어 수출 소식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실제로 미 국방 전문매체인 ‘디펜스 뉴스’는 한국 기동헬기 수리온을 향한 UAE의 특별한 관심을 전하기도 했다. UAE와의 수리온 수출 계약은 최종 협상이 진행하고 있으며 2023년 연말 계약 발표를 계획 중이다. 그리고 이런 관심은 보병용 유도무기로는 국내 최초로 개발된 현궁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실 제3세대 대전차 미사일이자 보병용 중거리 유도무기인 현궁은 수많은 밀리터리 매니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곧잘 재블린과 비교되곤 한다. 다만 공식적인 수출 기록이 없기 때문에 “역시 아직은 한국의 이름값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이미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에 수출된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아닌 게 아니라 사우디군과 사우디군의 장비를 노획한 후티 반군이, 모두 ‘현궁 인증샷’을 남기면서 국제 방산 시장의 커다란 이슈몰이를 하기도 했다. 국내의 노후 대전차 무기를 대체하려는 목적으로 개발된 현궁은 미국 재블린과 마찬가지로 이른바 ‘발사 후 망각’이 가능한 무기 체계다. 즉, 미사일 발사 직후 사수가 현장을 이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수동시선 유도와 반자동 시선유도 방식을 채택했던 이전 세대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성능으로, 사수의 생존율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식이다. 게다가 중량이 가벼워 보병이 운용하기에 적합하고 사용성이나 성능 면에서 재블린을 압도한다는 평가이다. 현궁의 전투 중량이 20kg 남짓인 반면, 재블린은 발사대와 미사일만 22.3kg, 여기에 분리형 CLU 조준기까지 더하면 28.7kg에 육박한다. 더군다나 현궁은 표준 조준에 필요한 적외선 CCD 사용에 냉각과정이 필요한 재블린과 달리 조준 및 발사가 거의 즉각적으로 이루어진다. 그것도 주야간 가리지 않고 언제나 즉각 사격이 가능한 수준이다. 이는 비냉각식 적외선 CCD와 가시광선 카메라를 모두 탑재한 덕분이다.

 

반면 재블린은 이 CCD 냉각 과정만 30초가 필요하다. 최소한 30초는 사수가 적 전차를 조준하고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심지어 그러면서도 가격은 대당 3억 원에 달하는 재블린의 1/3 정도에 불과해 경쟁력이 높다. 하다못해 관통 능력이나 유효사거리 면에서도 이스라엘의 스파이크나 재블린을 앞선다고 분석되는데, 현궁의 관통력은 약 900mm로 현존하는 거의 모든 3.5세대 전차의 장갑을 관통할 수 있는 수준이다. 또한 최대 사거리가 2.5km로 비교적 작은 크기임에도 재블린과 마찬가지라, 장거리 공격 능력이 뛰어나 다양한 환경의 전장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쯤이면 사실상 3.5세대~4세대급의 차세대 대전차 미사일이라고 불러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 외국산 무기의 전과를 비밀에 부치는 사우디 군에서 인증 사진이 공개되는 ‘보안 사고’가 발생한 것도 이해되는 부분이다. 좋은 물건을 자랑하고 싶은 건 당연한 마음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중동의 대한민국 무기 체계 선호 현상과 더불어 신냉전이 불러온 약 30년 만의 방산 호황기까지, K-방산은 현재 큰 기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에 한국도 막대한 중동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K-2 흑표 사막형이 이를 방증하고 있다. 사막 기후의 특성을 고려, 개량된 K-2 흑표는 덥고 건조한 사막에서 운용될 수 있도록 배기구 성능을 높였고 캐터필러 위에 고무 덮개를 씌워 모래 먼지를 막도록 했다. 또한 조종석에는 강력한 에어컨을 탑재하기도 했는데, 이처럼 운용 환경을 고려한 개량만큼이나 중립 기조를 유지하는 한국의 외교적 정책도 중동 국가들의 선택을 쉽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미국과 러시아,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중립 기조이면서도 나토 표준을 따르는 무기 체계를 생산하고 있다. 즉, 기존 무기 체계와의 호환성도 한국 무기 선호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중동과 미국의 껄끄러운 관계와 러시아 무기의 엑소더스 현상도 K-방산 수요를 증가시키는 부분이다. 중동은 이란으로 대표되는 노골적인 반미 기조의 국가들과 사우디, 요르단, 이집트 등의 친미 국가로 양분돼 있다.

 

하지만 친미로 분류되는 국가 중, 미국과의 관계가 이전과 같지 않은 나라들도 있다. 그 대표적인 국가가 바로 사우디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 왕실을 비판하던 언론인, 카쓔그지 암살의 배후로 빈살만 왕세자를 지목한 이유 양국 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의 갈등, 그리고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미국까지, 복잡한 중동의 사정은 권역 국가들이 미국과 군사적으로 엮이기 어렵게 만들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드러난 군사 강국 러시아의 실체는 중동 국가들이 러시아산 무기를 기피하도록 만들었는데 그로 인한 방위 공백을 메우는 데 K-방산보다 나은 무기체계는 없어 보였을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중동을 방산 블루오션이라고 평가하고 있는데 대한민국 방산 무기의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는 이때, 글로벌 안보 지형의 변화는 우리 방위 산업에 호기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