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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온 300대, LAH 1,000대 수출"..프랑스, 한국 헬기에 밀렸다

 

뉴스리더 박성수 기자 |

대한민국 방위 산업의 아픈 손가락이 드디어 빛을 보고 있다. 바로 회전익기, 우리가 통상적으로 헬리콥터라고 부르는 분야에서 대한민국이 또 한번 이름을 드높힐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미 가시적인 성과도 목전에 두고 있다. 대한민국 무기 체계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중동이 이번엔 KUH-1 수리온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수리온 수출을 위한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했다.

 

그런데 이렇게만 말씀드리면 아마 많은 분이 의아함을 느낄 것 같다. 그도 그럴 게 그동안 수리온을 비롯한 회전익기 전력은 대한민국이 독자 개발에 뛰어들었음에도 유독 수많은 논란을 낳은 무기 체계였다. 그렇다 보니 우리 손으로 만든 무기 체계임에도 여전히 잘못된 정보를 알고 계신 분들이 많다.

 

그래서 오늘은 중동의 사막에서 비상한 대한민국의 첫 번째 국산 헬기, KUH-1 수리온의 뜨거운 비상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한민국의 첫 번째 국산 헬기, KUH-1 수리온이 수많은 노력 끝에 드디어 본궤도에 진입하게 됐다. 최근 대한민국 무기 체계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중동의 유력국들이 수리온 도입을 진지하게 검토 중인 것이다.

 

일례로 최근 열린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에어쇼에서 대한민국의 항공우주산업 KAI는 중동 맞춤형 수출 모델인 수리온 KUHE001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UAE는 중동 방산 수출의 '허브'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KAI는 UAE를 중동시장의 메카로 삼고 향후 방산 수출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심지어 이를 위해 대한민국 헬기 개발 역사상 최초로 해외에서 수리온 시범 비행까지 선보이며 중동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정성이 통했는지 이번 두바이 에어쇼 기간 대한민국의 부스에는 아주 특별한 사람이 방문했다. 바로 두바이의 왕세자인 셰이크 만수르다.

 

이제는 우리 국민분들에게도 익숙한 셰이크 만수르, 정식 명칭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얀은 UAE의 현재 대통령인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얀의 동생이자 부통령인 인물이다. UAE는 여전히 알나얀 왕조가 통치하기 때문에, UAE뿐만 아니라 중동 전역에서 그의 영향력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그런 만수르 부통령은 수리온 기본수출형인 KUH-1E 모델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아닌 게 아니라 UAE는 2023년 말 계약 체결을 목표로 헬기를 찾는 중이다. 수년간 항공 전력 강화를 포함한 군의 현대화를 추진해 온 것의 일환인데 이는 업계에서 수리온 수출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유 중 하나다.

 

그동안 ‘2023년까지 수리온 수출 300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달려온 대한민국으로선 절호의 기회라 하겠다.

 

실제로 대한민국은 이미 중동 수출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8월 중동의 사막에서 고온 테스트 등을 끝마쳤고 모래를 걸러줄 필터까지 설치된 수출형 모델을 선보였다. 바로 앞서도 말씀드린 수리온 KUHE001이다. 게다가 KUHE001에는 해병대용 상륙 공격 헬기인 MAH의 기반 기술이 적용되면서 수송 헬기임에도 준수한 공격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런데 KUHE001의 전체적인 형상을 보면 수리온 수출형인 KUH-1E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기동성의 차이가 없다면 KUH-1E과 동일한 최고 시속 279km, 순항 시 시속 250km 내외의 속도를 갖추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근본이 기동헬기인 만큼 최대 이륙 중량은 약 8.7톤에 육박할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면허 생산한 1,915 마력의 T700-GE-701K 터보샤프트 엔진을 2기나 탑재한 덕에 조종사 2명을 포함한 18명의 완전 무장 병력을 수송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KUH-1E를 기준으로 미국 가민 사의 최첨단 항전시스템인 ‘GARMIN G5000H’와 터치패드 컨트롤러도 적용됐다. 덕분에 손가락만 까딱하는 것으로도 내비게이션과 통신 시스템, 교통 감시 시스템, 비행 관리 시스템, 전자 체크리스트 항목, 원격 오디오와 인터콤 시스템은 물론 교통과 날씨, 엔터테인먼트 및 맞춤형 디스플레이를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인증한 통합형 터치스크린 컨트롤러까지 적용해서 화면의 선명도는 높였고 또 GPS와 레이더고도계 등 항법장치와 통신장비 듀얼 시스템까지 적용했다. 쉽게 말해 조종 안전성과 편의성이 압도적으로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면 역시 가장 중요한 건 무장일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듯, KUHE001에는 마리온의 기술이 적용되면서 최소 8발 이상의 AGM-114 헬파이어 대전차 미사일이나 로켓이 탑재되었다. 기존 기동헬기용 수리온이 K16 7.62mm 기관총 2문을 탑재한 데 그쳤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화력 증강이다. 이외에도 기상 레이더를 탑재함으로써 기동뿐만 아니라 아닌 공격 임무에서도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일부 전문가들은 중동의 요구에 따라 기본 무장인 기관총을 제외하는 대신 전면부에 특수 레이더를 탑재하고 추가로 20mm 구경의 건 포드를 탑재하는 방식이나 UAE가 자체 개발한 대전차미사일이나 유도 로켓, 또는 MBDA의 미스트랄 공대공 미사일 탑재도 가능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에서 벗어나려 하는 UAE를 비롯한 중동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대한민국이 수출국의 니즈에 맞춰 수리온의 확장성을 다양하게 염두에 두었을 것이라 평가하는 것이다.

 

실제로 KUHE001 모델은 중동의 사막이라는 환경적 특수성을 고려해 신영 에어필터를 설치, 모래와 먼지의 유입을 막아 원활한 기동을 보장하고 있다. 제작사인 KAI가 본격적인 수출 전략을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는 대한민국의 헬기 개발 역량이 독자적인 생산과 목적에 따른 다목적 개량이 가능할 정도로 완숙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KT-1 웅비에서 시작된 대한민국의 전투기 기술이 FA-50을 거쳐, KF-21 보라매로 결실을 맺고 있듯 수리온 역시 단계적 성장을 밟아가고 있다. 유럽에서 회전익기 기술을 배워왔지만 이제는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경쟁하는 나라가 된 것이다. 그도 그럴 게 당초 수리온은 맹금류인 ‘수리’와 100을 뜻하는 ‘온’에서 따온 이름이다. 장차 국산화 100%를 추구하겠다는 포부가 담긴 이름인데, 오죽하면 일각에서는 수리온의 호버링 고도가 최대 3,048m인 점을 들어 백두산에서의 작전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었다고 주장할 정도다.

 

물론 오피셜 정보는 없는 얘기지만 분명 호버링 고도 3,048m, 실용상승한도 최대 4,590m에 이르는 수리온의 성능은 상당히 준수한 편이다. 당장 유로콥터사의 ‘AS532 쿠거’조차 상승 고도가 3,450m 내외에 불과한 수준이다. 참고로 ‘AS532 쿠거’는 우리가 수리온의 기술을 배워 온 바로 그 헬기다.

 

우리 군은 지난 2019년 수리온 계열 회전익기의 안전성 향상을 위해 유로콥터의 후신인 에어버스헬리콥터에서 구매하는 비행안전품목의 국제품질보증을 프랑스 정부가 수행하는 것으로 상호 합의를 끝마쳤다. 이는 에어버스가 납품하는 부품에서 사고나 문제가 발생하면 프랑스 정부가 그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이라서 수리온은 더욱 안정적인 형태를 갖추게 됐다.

 

하지만 수리온 개발에 늘 순풍만 불었던 건 아니다. 사실 수리온의 개발 과정은 불안정의 연속이었다고 하는 게 더 적절할 것이다. 개발 초기에는 원본이 되는 AS532 쿠거가 유럽에서 점차 인기를 잃어가는 중이라서 국내에서는 오히려 역풍이 불었다.

 

심지어 쿠거는 기동헬기계의 전설적인 기종인 UH-60 블랙호크보다 탑재 능력과 체공시간이 우월한 기종이었다. 하지만 우리 군에서 양산 단가 등의 이유로 동체 크기를 줄이면서 다운그레이드 논란에 휩싸였다. 심지어 이런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쿠거의 개량형이 유럽에서 메인 기어박스 결함으로 추락사고까지 발생하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특히 양력을 발생하는 중요부품인 ‘로터블레이드’ 개발 과정이 눈물겹다.

 

원래 로터블레이드는 헬기의 핵심부품이기 때문에 기술이전이나 기술 공개 등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도 우리 기술진은 개발 초기인 2007년, 당시 프랑스의 유로콥터 담당자와의 열띤 합의 끝에 관련 기술이 담긴 CD 1장을 구할 수 있었다. 즉, 비행기만 타고 프랑스에서 대한민국으로 귀환하면 개발에 급진전을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CD는 출국 직전 유로콥터 보안팀과 프랑스 정부의 변심으로 결국 다시 빼앗겨 버렸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우리 개발팀은 블레이드를 자체 개발하기 위한 몰드와 오토클레이브부터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가며 본격 개발에 들어갔고 개발 환경이 워낙 열악한 탓에 사무실의 난로와 헤어드라이어까지 동원해 국산 복합재 블레이드를 개발에 총력을 다했다.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이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KAI는 회사가 위치한 경남 사천의 터미널 앞 노점에서, 붕어빵조차 단팥 물이 흘러나오지 않는 완벽한 붕어빵을 만드는데 3개월이 걸린다는 말을 듣고 절치부심하여 ‘로빙자동화 장비’와 ‘히터몰드’를 개발하고 블레이드 제작 관련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었다. 이 수많은 실패로 쌓아 올린 기술이, 지금 대한민국 수리온 수출의 기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수리온의 개발 과정은 정말 어려웠다. 특히 국제무대에서도 번번이 고배를 마시면서 ‘K-방산의 아픈 손가락’이 되기도 했다. 일례로 지난 2019년 필리핀을 상대로 수출이 무산됐던 사례는 지금도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당시 필리핀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방문해 수리온을 살펴보고 가는 등 수리온 도입에 적극적인 행보를 취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해당 사업에 미국이 끼어들면서 UH-60 블랙호크를 ‘땡처리’로 제시했고 이름값에 밀린 대한민국은 결국 고배를 마셔야 했다. 국내 일각에서 기동헬기 개발을 반대했던 이유도 이미 UH-60이라는 걸출한 물건이 있는데 수리온이 수출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즉, 속 편하게 수입을 선택하자는 얘기였다. 그러나 위대한 첫발을 내딛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수리온이 회전익기 자체 개발에 물꼬를 트면서 소형 무장헬기, 이른바 LAH 개발도 성공할 수 있었다.

 

향후 LAH는 육군의 노후된 500MD와 AH-1S를 대체할 예정이다. 예상 납품 수량은 170여대로 알려져 있다. 무장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개발한 3열 20mm 개틀링건 1기와 70mm 로켓 7연장 발사기 좌우 1기, 천검 공대지 미사일 좌우 각 2발, 캐니스터 발사용 드론 좌우 각 2기가 탑재되었다. 이는 만약 수리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기종이다.

 

뿐만 아니라 수리온 수출에서 가능성을 본 KAI는 총 1,000대 이상의 LAH 수출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 시작은 역시 중동이 될 것이다. 실제로 KAI는 중동에서 본격적인 수출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우주청과 '우주 분야 상호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특히 KAI와 사우디 우주청은 우주 시장 개척을 위한 기술 개발과 운영, 공동 사업화 그리고 신규 스타트업 투자까지 협력할 예정이다. 향후 실무 협의체를 구성해서 더욱 구체적인 협력에 들어가기로 했다. 또 가장 서두에서 말한 UAE와는 아직 수출 규모만 공개되지 않았을 뿐 이미 수리온 도입을 위한 최종 협상을 진행 중이다.

 

디펜스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UAE는 각종 테스트를 진행한 뒤 2023년 연말까지 구매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부디 얼마 남지 않은 연말, 대한민국에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바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