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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훈련기 시장 진출 결정타... 韓 FA-50 '100,000시간' 무사고 비행

"1,100대는 최소 물량이다" 미 공군 조종사 양성 박살낸 T-7A, T-50이 유일한 동아줄

 

뉴스리더 박성수 기자 |

대한민국 초음속 훈련기 T-50의 미국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미 공군이 뜬금없이 T-7A 경공격기 개량을 검토 중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덩달아 일각에서는 또 한 번 미국이 보잉 살리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지금 미국이 진행 예정인 훈련기 도입 물량만 최대 1,100기에 이른다. 그런데 이걸 자국 기업이 아닌 대한민국에 몰아주겠냐는 것이다. 확실히 어느 정도 설득력은 있는 얘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래서 오늘은 T-7A 경공격기 개량이 대한민국 T-50의 미국 진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최근 미 공군의 고등전술훈련기 도입 사업 ATT, 미 해군의 고등전술훈련기 도입 사업 UJTS, 가상적기 도입 사업 TSA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 중이다.

 

ATT 물량만 280~400대 그리고 UJTS와 TSA 물량이 각각 200~280대, 64대로 도합 최대 744대의 도입이 예상되는 초대규모의 사업이다.

 

이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심지어 여기에 보잉 T-7A에 갖은 결함이 발생하면서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T-X 프로그램의 물량까지 합치면 미국이 도입 예정인 물량만 무려 1,100대에 육박한다. 이쯤이면 미 공군, 해군의 모든 훈련기를 깡그리 물갈이하는 수준이다.

 

어느 나라의 어떤 기종이든 위 사업 중 단 하나라도 따낼 수만 있다면, 적어도 앞으로 수십 년은 전 세계 훈련기 시장에서 무소불위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유는 자명하다. 우선 훈련기 역시 규모의 경제를 따르기 때문에 수백 대에 이르는 훈련기를 양산하면서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더군다나 미군이 도입한 훈련기라는 홍보 효과가 어마어마할 것이다. 또한 유지 보수에 필요한 부품값 하락도 무시할 수 없다. 즉, 방산 업계에서는 그야말로 ‘로또’가 다름없는 일인 것이다.

 

이처럼 사업 딱 한 개만 낙찰받아도 대박 중의 대박인데, 심지어 1,100대 전부를 독식하기 위해 미국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나라가 있다. 바로 대한민국 그리고 T-50이다.

 

이는 으레 밝히곤 하는 포부나 헛된 희망이 아니다. 전문가들 역시 T-50의 독식을 굉장히 유력하게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게 먼저 ATT의 경우 애프터버너를 탑재, 초음속 비행이 가능해야 하고 훈련기답게 체공 시간을 늘릴 수 있는 대용량 내부 연료탱크를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 전술 비행 훈련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공대공미사일부터 AIM-9 수준의 정밀유도무기를 운용할 수 있는 미션 컴퓨터와 다기능 레이더 역시 필수 조건으로 삼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가 내건 ‘조건’이 그들 입장에서 무척이나 달콤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과거 T-X 사업에 선정되었지만 결국 납기 지연 사태를 일으킨 T-7A 때문인지 ‘빠른 납품’을 못박았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많은 분들의 머릿속을 번뜩 스쳐 지나는 명언이 있을 것이다. T-50의 개발사에 남은 “그래도 우리는 초음속으로 간다”는 명언은 국방 관계자나, 일명 ‘밀리터리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아주 유명한데, T-50 개발 당시 공군은 안전상의 이유로 “급강하 시 초음속 비행이면 만족한다”, “수평 비행은 아음속으로 충분하다”고 고집했었다. 하지만 우리 기술진들은 끝까지 초음속을 밀어붙였고 그 결과 T-50은 최고 마하 1.5의 속도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는 마하 0.85~0.9 수준인 이탈리아의 M-346, 영국의 BAE 호크, 러시아의 Yak-130 등과 비교해도 월등히 빠르고 마하 1.4가 한계인 중국의 L-15와 비교해도 확연한 우위에 있는 속도다.

 

참고로 미국이 도입할 수 있는 동맹국의 훈련기 중 T-50의 기동력을 뛰어넘을 수 있는 고등훈련기는 전무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고등 훈련에 필요한 T-50부터 실제 전투기에 투입하기 직전 레이더, 기총, 무장 등을 훈련하는 전환 훈련기 TA-50과 실제 경공격기로서 필리핀에서의 실전을 통해 무장 운용 능력이 입증된 FA-50까지 파일럿 양성을 위한 모든 프로세스가 완벽히 준비되어 있다. 빠른 납품은 당연히 두말할 것도 없다. 즉, 미 공군이 원하는 완벽한 훈련기라고 하겠다.

 

미 해군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미 해군은 T-45 고쇼크의 노후화 문제로 골머리를 썩어왔다. 문제는 항공모함 이착함을 훈련할 수 있는 충분한 내구성이었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당초 미 해군은 UJTS의 선정 조건으로 항공모함 캐터펄트 사출을 제외했다. 하지만 45회 이상의 터치 앤 고 훈련과 14,400시간 이상의 비행 수명, 43.200회 이상의 랜딩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대략 600일 이상을 비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UJTS에는 T-50의 파트너인 록히드마틴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록히드마틴이 미국을 대표하는 함재기인 F-35C의 개발사인 데다 미 해군이 원한다면 함재기 개장을 해주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근 우리 공군에서 2013년 도입한 초도 물량의 FA-50으로 무려 100,000시간 무사고 비행을 달성하면서 내구성과 신뢰도까지 입증했다. 수치 상으로 계산하면 지구에서 달을 70번이나 왕복할 거리다.

 

현재 ATT, UJTS 사업에 참여 중인 전 경쟁 기종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를 뒤져봐도 이만큼 신뢰성이 높은 훈련기는 없다. 그나마 경쟁 기종인 이탈리아의 M-346이 T-50의 신뢰도에 비빌만 하지만 대한민국과 달리 미국 내 기반 시설이 없어 양산 공장부터 건설해야 할 판이다.

 

일각에서는 보잉의 T-7A를 거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애초에 미 해군 역시 T-45의 노후화로 UJTS 사업을 시작했는데 미 공군이 보잉의 납품 지연으로 ATT를 진행 중인 걸 보고도 T-7A를 선정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는 미 해군이 주관하는 가상적기 사업 TSA도 마찬가지다. 최대 1,100대에 이르는 세 사업이 모두 대한민국과 T-50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이쯤이면 아예 미군의 제식 고등훈련기를 노리고 있다 해도 무리가 아니다.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국제 방산 시장에서 이로 인한 프리미엄은 상당하다. 당장 훈련기라고는 해도 이조차 자체 개발할 수 없는 나라가 수두룩하다. 되려 대한민국과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인도, 일본 등 10여 개국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전술기를 수입해 운용한다.

 

이 중에서도 훈련기까지 국산화한 나라는 손에 꼽는다. 그리고 이 중에서도 대한민국의 무기를 도입할 수 있는, 소위 말해 ‘서구권’에 속하는 나라들은 대부분 미국산 전투기를 운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전부 감안하면 잠재적인 훈련기 시장은 가히 천문학적인 수준이다. 미군의 제식 훈련기라는 프리미엄은 이들 모두가 대한민국의 T-50을 최우선으로 올려놓을 분명한 이유가 될 것이다.

 

게다가 T-50은 F-16과 F-35의 조종 메커니즘과 상당히 유사하다. 자세한 내용은 기밀이라 공개되지 않았지만 애초에 T-50은 F-16과의 기종 전환, F-16은 F-35와의 기종 전환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T-50은 MFP부터 지상의 시뮬레이터까지 기종 전환에 매우 유리하게 설계되었다. ‘고등훈련기’로 분야를 한정 짓자면 T-50은 단연 서구권 최고의 범용성을 갖춘다.

 

다만 한 가지 걸림돌이 있다. 최근 미 공군이 T-7A의 경공격기 버전인 F-7 개발 검토를 선언하면서 밝았던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ATT 사업의 전신인 T-X 사업에서 대한민국의 T-50은 보잉의 T-7A에 밀려 최종 선정 단계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것도 심지어 성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가격이 비싸서’였다.

 

당시 197억 달러, 25조 3,500억 원 규모의 T-X 사업에 대한민국은 T-50 351대 납품에 160억 달러의 조건을 제시했다. 지상 시뮬레이터, 유지·보수 부품 등을 포함한 패키지 가격기 대당 약 590억 원이었던 셈이다.

확실히 훈련기치고는 비싼 편이긴 했지만 T-50의 성능을 생각하면 합리적인 수준이었다.

 

그런데 보잉은 92억 달러에 T-7A 475대를 납품하고 시뮬레이터 120대를 추가로 얹어 주겠다고 제시했다. 시뮬레이터를 제외해도 패키지 가격이 대당 250억 원에 불과한 말도 안 되는 조건이다. 이는 아무리 미국이라 하더라도 눈이 뒤집힐 만큼 파격적인 가격이었다. 보잉은 개발 기간을 늘리는 풍동 실험 등을 최첨단 시뮬레이션으로 대체하고 주요 부품을 3D 프린터로 양산한 덕에 혁신적인 비용 절감을 이뤄낼 수 있었다며 거들먹거렸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 훈련기였던 것이다.

 

하지만 자고로 지나치게 먹음직스러운 떡은 속에 뭐가 들었는지 모르는 법이다. T-7는 특정 비행 각도에서 기체가 전복되거나 요동치는 윙 록 현상을 일으켰다. 이는 풍동 실험을 진행했다면 설계 과정에서 진작에 발견하고 수정할 수 있었던 문제였다. 그러나 이미 동체 설계가 완료되어 실 기체가 나온 상태에서는 수정하는 데 상당한 비용과 막대한 시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착륙과 순항 비행이면 끝나는 기본훈련기도 아니고, 고등훈련기에서 발생하는 윙 록 현상은 치명적인 문제다.

 

아닌 게 아니라 미 공군은 애초부터 T-X 사업의 요구 사항에 ‘높은 받음각에서 고기동’을 명시해 두고 있었다. 의도적으로 실속을 유도해 입체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포스트스톨 기동 수준은 아니더라도 분명한 고기동 성능을 요구한 것이다. 당연히 특정 비행 각도에서 기체 전복을 유발하는 윙 록 현상을 유발하는 T-7A로는 꿈도 못 꿀 움직임이다.

 

더군다나 사출좌석 문제 때문에 기체 추락 시 파일럿의 안전조차 보장할 수 없다. 결국 이로 인해 2024년 4분기 배치를 시작했어야 할 T-7A는 개발 완료 시기만 2025~2026년으로 최소 2년 이상 미루어졌고 양산도 2027~2028년으로 연기되었다. 애초 계획에서 배치 완료까지 최소 10년 염두에 두었다는 것까지 계산하면 2038~2040은 되어야 배치가 완료되는 실정이다.

 

그리고 이 탓에 지금 미 공군에서는 파일럿의 훈련 대기 기간만 18~24개월에 육박하게 됐다. 비행할 수 있는 훈련기가 부족하다는게 이유다. 따지고 보면 전투기 파일럿 양성에 무려 4년이 걸린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T-7A를 F-7으로 개량한다고 하더라도 미 공군이 훈련에 T-7A를 투입할 확률은 희박하다.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건 T-X 프로그램과 ATT 사업을 분리해 T-7A 도입 물량을 유지하는 것 뿐이다. 성능, 신뢰, 납품 모두 믿을 수 있는 T-50을 고등훈련/전술입문기로 운용하고 T-7A와 F-7은 추가 개발을 통해 경공격기로 운용하든, 기본훈련기로 운용하든 다른 사용처를 찾는 것이다. 이건 나름 가능성이 높다. 미군 입장에서는 아무리 미운 자식이라 해도 보잉을 내칠 수 없기 때문이다.

 

KAI와 컨소시엄을 맺어 T-50으로 미국 시장에 도전 중인 록히드마틴은 F-16부터 F-35, F-22 같은 차세대 전투기 시장에 잇달아 승리하면서 미국의 현세대 전술기를 독점하고 있다. 반면 보잉은 F-15 성능 개량과 F/A-18E/F 정도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미래 먹거리가 없다.

 

게다가 여기에 코로나19 팬더믹 사태의 직격탄을 맞으며 자금 사정이 열약하다. 이 와중에 보잉 경영진은 회사를 살려보겠답시고 엔지니어들 연금을 건드렸다가 제대로 역풍까지 맞았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게 보잉은 전술기 시장에서만 죽을 쑤고 있을 뿐 또 P-8 포세이돈, 737 AEW&C 등 대잠초게기, 공중조기경보통제기, 공중급유기 같은 지원기 시장에서는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만에 하나 보잉이 덜컥 파산이라도 한다면 미국마저 이를 대체할 업체를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결국 미 공군이 F-7을 개량하려는 이유는 울며 겨자 먹기라도 보잉을 어르고 달랠 수밖에 없기 때문인 것이다. 물론 길고 짧은 건 끝까지 가봐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지금은 T-50과 대한민국의 노력을 믿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