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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후티 반군 맹폭... "1분만에 강철비 7,728발이 쏟아졌다"

한국 K-239 '천무' 실전 투입

 

뉴스리더 박성수 기자 |
대한민국의 K-239 천무가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 후티 반군 타격에 천무를 동원했다는 게 밝혀지면서 대한민국 다연장로켓의 위력이 만천하에 입증된 것이다. 지난 4월 사우디아라비아군의 홍보 영상을 통해 천무 수출이 확인된 지 고작 6개월 만의 실전인데, 덕분에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천무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폭발하게 됐다.

 

국제 방산 시장에서 무기 체계는 다양한 항목으로 평가 받는다. 그 중 최우선 항목은 뭐니뭐니 해도 성능일 것이다. 이 밖에도 가격, 제조국 등 중요한 요소가 뒤따른다. 그도 그럴 게 아무래도 국가 안보에 직결된 게 무기 체계이다 보니 외교·정치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때로는 어느 나라가 만들었느냐가 ‘메이커’ 그 자체가 되기도 한다. 쉽게 말해 ‘믿고 산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로 인해 그동안 대한민국의 K-239 천무는 적잖이 억울한 꼴을 당해야 했다. 분명한 성능은 미국의 하이마스, M270 MLRS보다 뛰어났음에도 정작 방산 시장에서는 외면을 받아왔던 것이다.

 

물론 명확한 이유가 있긴 하다. 다수의 실전을 경험한 미국의 다연장로켓이 신뢰도가 워낙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완전히 반전 되기 시작했다. K-239 천무가 중동의 극한 환경에도 첫 실전을 완전무결하게 성공시키면서 단숨에 미국 버금가는 신뢰도를 확보한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전 세계가 경악한 대한민국 K-239 천무의 화려한 데뷔전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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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2일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 북부의 사다 지역을 포격했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군은 대구경 포탄 수십여발을 쏟아부으며 사다 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사다는 예멘 북부를 관장하는 대표적인 교통 요지이다. 더불어 사우디아라비아와 최근 휴전 협정을 체결한 후티 반군의 주력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한, 군사 관계자들은 해당 지역에 후티 지상군은 물론 항공·미사일 전력 역시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던 것으로 분석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초기 예멘 후티 반군이 발사한 미사일을 홍해 북부에 배치된 미 해군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이 격추한 적이 있다. 이를 감안하면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다 포격은, 중동의 혼란을 틈타 분쟁을 재개하려는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무력시위로 해석할 수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인질 석방을 대가로 5일 휴전에 돌입했지만 한 번 불이 붙은 중동의 화약고는 쉽사리 진화되지 않는 모양새다. 그런데 최근 이 포격에 대한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다. 바로 포격에 사용된 다연장로켓이 대한민국의 K-239 천무라는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설득력도 상당히 높다. 군사 전문가들은 해당 포격이 이루어진 지점에 대해 주목했다.

 

사다는 후티 반군의 발상지이자 최전선 거점 도시지만 사우디아라비아 국경에서 직선거리로 최소 45km 이상 떨어진 지역이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군이 적어도 10~20km의 완충지대를 만들어 놨을 것이라 예상하면 일반적인 자주포나, 견인포로는 타격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더군다나 사우디아라비아군은 후티 반군의 미사일·드론 기지를 특정해 타격했다. 아실만한 분은 아시겠지만, 자주포로 이만큼 정밀한 포격은 사실상 어렵다. K-9급 고성능 자주포에 초정밀유도포탄을 사용한 게 아니라면 말이다.

 

하지만 현재 사우디아라비아군이 보유한 자주포는 미국의 M109 시리즈와 중국의 PLZ-45, 프랑스의 세자르 정도가 전부다. 즉, 초정밀 포격은 고사하고 50km 이상 떨어진 후티 반군 주둔지를 공격하기엔 사거리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거법에 따라 이제 남은 방법은 사실상 다연장로켓 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군은 미국의 M270 MLRS, 브라질의 ASTROS II, 러시아의 TOS-1A 부라티노 그리고 대한민국의 K-239 천무 등 다양한 종류의 다연장로켓을 운용하고 있다. 심지어 그 물량도 적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이 예멘 후티 반군 포격에 K-239 천무를 콕 집어 지목하는 이유가 있다. 먼저 TOS-1A 부라티노는 1분에 220mm 열압력탄두 30발을 쏟아부을 수 있는 괴랄한 화력을 갖추고 있지만 실상은 장거리 포격전에서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하는 깡통 다연장로켓이다. 그저 근거리에서 다량의 화력을 쏟아부을 요량으로 만든, 러시아의 주먹구구식 장난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구형 로켓 사용 시 최대 사거리가 2.7km, 신형 로켓을 사용해도 6km가 사거리 한계라서 1분 사이에 30발을 죄다 쏟아붓고 격파당하는 게 정해진 운명이다. 무늬만 포병이지 ‘일격이탈’이라는 포병의 기본 전투 교리를 정면에서 반박하는 무기 체계인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사거리도 짧아 당연히 사다 포격에 동원되었을 리 만무하다. 그나마 현실적으로 천무를 제외하고 사우디아라비아군이 동원할 가능성이 있는 건 브라질의 ASTROS II, 미국의 M270 뿐이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군이 보유한 ASTROS II의 로켓은 127mm로 발사차량 1대에 32발이나 운용할 수 있지만 사거리는 9~30km에 불과하다. 국경이라도 넘어가지 않는 이상 후티 반군의 미사일 기지를 타격하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이는 미국의 M270 역시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M270의 경우 사거리가 84km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M30/31 이상의 GMLRS 기준이다. 정작 사우디아라비아군이 사용하는 M26 계열 로켓은 32~45km가 한계다. 물론 불가능하다는 건 아니지만, 사우디아라비아군 입자에서는 굳이 완충지대 없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대한민국의 K-239 천무가 있다. 지난 2022년 3월 대한민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에 최소 1조 원 규모의 대규모 방산 계약에 체결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전통적으로 미국과 프랑스의 무기 체계를 많이 다수 수입해 왔기 때문에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일각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계약을 대한민국 무기 체계가 국제 무대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분기점으로 꼽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이후 한-폴 방산 계약이 체결되었으니 아주 틀린 얘기도 아닌 셈이다.

 

그러나 정작 당시에는 어떤 무기 체계가 수출되었는지 공개되지 않았다. 이는 사실 사우디아라비아 측에서 내용이 발설될 경우 계약을 무효로 돌리겠다는 매우 강경한 요구를 해왔기 때문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K-239 천무를 도입했다는 게 밝혀진 건 인도가 끝난 4월의 일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군이 올린 남부 포병 부대 격려 영상 속에서 천무 2문이 실전 배치된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예전부터 사우디아라비아군은 자신들이 운용 중인 장비 편제를 극비에 부치며 외부 노출을 극도로 꺼려왔다. 그런 사우디아라비아군이 의도적으로 천무를 노출했다는 건 실전 배치 완료 후 위력을 과시하기 위함이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쉽게 말해 이제 자신들이 원거리 정밀 타격 능력을 갖추었으니 까불지 말라고 선언한 셈이다.

 

일례로 폴란드는 옐츠 전술 트럭에 K-239 천무 발사대를 얹은, 통칭 호마르-K를 인도와 함께 최전선에 배치했다. 미국의 하이마스를 폴란드 북부 방어를 담당하는 제16기계화사단에 배치하고 호마르-K를 남부 제18기계화사단에 배치한 건데, 호마르-K 패키지에 국내 개발한 전술 탄도미사일 KTSSM까지 포함되어 있음을 감안하면 러시아 칼리닌그라드부터 벨라루스 서북부 국경지대까지 전부를 사거리 포함한 것이다.

 

특히 호마르-K 사거리의 브레스트 지역은 바그너그룹의 잔당을 흡수한 벨라루스 특수부대의 훈련장이 위치해 있다. 이것만 봐도 폴란드가 호마르-K에 얼마나 큰 기대를 하고 있는지 쉬이 짐작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천무를 도입한 배경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군에 배치된 천무는 표준 사거리 45km 내외의 230mm 무유도로켓뿐만 아니라 사거리 80km의 239mm GPS 유도 로켓까지 포함한 패키지다. 후티 반군을 포격하기 위한 사거리와 훌륭한 정밀도를 모두 갖추고 있는데 실제로 후티 반군은 수십여발의 로켓을 얻어맞고도 대응 사격조차 못했다.

 

예멘 후티 반군은 앞서 언급했듯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직후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총동원해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하지만 해당 공격이 미군에 의해 가로막히자 지난 10월 31일에는 휴전 협정을 깨고 국경 지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직접 공격했다. 또한 지난 2022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남서부 자잔 지방에서 후티 반군과의 교전으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군 병사 네 명이 목숨을 잃는 사건도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수 주간 사우디아라비아군은 후티 반군이 발사한 미사일을 요격하고 있었다. 지난 2022년 4월 체결된 휴전 협정이 무색하게도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에 노출되어 있었던 것이다. 즉, 사우디아라비아군이 천무를 동원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수니파의 거두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극단주의 세력과 오랜 시간 소모전을 겪어왔다. 특히 2014년 시작된 예멘 내전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대리전으로 불릴 정도다.

 

이란은 후티 반군을 양성하고 무기를 제공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예멘 정부군을 도우며 다국적군의 중심축 노릇을 해왔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앞서 UAE가 1조 6,000억 원 규모의 K-239 천무 도입을 결정지은 것도, 마찬가지로 예멘 후티 반군 퇴치를 위함이었다. 현재 가장 분쟁 위험이 높은 두 지역에서 미국의 M270이나 하이마스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K-239 천무를 수입한 것이다.

 

차륜형인 천무는 궤도형인 M270보다 시속 20km 이상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발사 후 재장전 시간 역시 천무가 약 160초에 불과한 데 반해 M270은 260초 이상이 필요하다. 단순 화력 비교는 엇비슷하다 할지라도 전투 지속력과 기동성에 있어 천무의 압승이다.

 

그나마 천무의 기동력과 비교할 수 건 하이마스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하이마스는 공중수송을 위해 로켓발사대를 1개로 줄였고 덩달아 화력도 천무의 반토막이 되었다. 미국처럼 동맹국의 모든 분쟁에 참여할 게 아니라면 천무의 화력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천무의 230mm, 239mm 로켓은 기갑차량까지 관통할 수 있는 집속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포드당 6발, 총 12발의 230mm 로켓을 고작 1분 만에 전부 쏟아부을 수 있는 천무의 능력을 감안하면 7,728발의 자탄이 문자 그대로 ‘강철비’처럼 쏟아지는 것이다. 심지어 천무는 자동화된 사격 통제 체계를 활용해 1분에 12발을 모두 다른 표적을 향해 발사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특정 지역이 아니라 국경지대 전체를 포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천무 수출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는데요 특히 중동에서는 대한민국 포병 전력의 화력을 한 번 경험한 이상 또 다른 개량형 모델 역시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그동안 외산 무기에만 의존해 온 사우디아라비아는 독자 노선을 걷기 시작하면서 국방 기술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덕분에 덩달아 대한민국의 현지 생산 전략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당장 지난 ADEX 2023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 차관이 직접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이번 교전이 K-239 천무의 첫 실전이었음이 밝혀짐에 따라 도입을 검토 중이던 노르웨이, 루마니아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얼핏, 대한민국의 명품 자주포 K-9이 국제무대의 집중 조명을 받았던 계기와 굉장히 유사하다.

 

과연 대한민국의 K-239 천무가 하이마스를 넘어 전 세계 방산 시장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앞날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