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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KF-21의 미래다" 방산시장에 부는 '한국 광풍'

 

뉴스리더 박성수 기자 |

KF-21 보라매를 비난하던 세력이 한순간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그동안 KF-21의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받던 문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바로 ‘시기’였다. “미국과 유럽의 강대국들, 하다못해 중국과 일본까지 6세대기에 도전하고 있는 지금 이 시기에 4.5세대 전투기가 웬 말이냐”는 주장이 따른 것이다. 이는 관계 부처에서 KF-21이 아무리 5세대 스텔스기급 성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정보를 공개해도 늘 따라붙는 주홍 글씨였다. 이들의 주장만 보면 마치 KF-21이 실전 배치를 시작할 때쯤이면 6세대 전투기가 전 세계 전술기 시장의 주류가 될 것처럼 보이고 오직 대한민국만 울며 겨자 먹기로 시대에 뒤떨어진 4.5세대 전투기를 운용할 것처럼 보인다. 물론 당연히 대꾸할 가치도 없는 악의적 비난이다. 그리고 심지어 최근 4.5세대 전투기의 미래를 증명할 역대급 사건이 터졌다.

 

최근 폴란드가 개최한 MSPO 2023에서 아주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MSPO 2023은 유럽 최대의 방산 전시회 중 하나로, 해당 행사에 대한민국 굴지의 방산 기업들은 물론 미국, 독일, 이탈리아, 영국 스페인 등 내로라하는 군사 대국들이 참가했다. 이 MSPO 2023에서 보잉과 폴란드가 F-15EX 도입을 위한 물밑 접촉에 돌입했다. 이는 5세대 스텔스기를 ‘만능’으로 여겼던 고정관념이 얼마나 잘못된 착각인지를 보여주는 확실한 사례다. 예를 들면 여전히 일부에서는 지상 타격과 공중 제압이 모두 가능한 데다 스텔스 성능을 갖추고 있는 F-35로 공중 전력을 완편하는 게 최강의 공군이 될 거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군사 관계자들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F-15EX 또한 F-35와 동급 또는 그 이상의 하이엔드급 전술기체로 평가받고 있다.

 

당장 앞서 언급한 폴란드만 봐도 오직 필요에 따라 F-35 추가 도입이 아닌 F-15EX 신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실제로 폴란드는 2024년까지 국방비를 GDP 2.5% 수준까지 올리고 2035년까지 약 141조 4,000억 원을 투입해 군을 현대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추후 안보 상황에 따라 국방비를 최대 GDP의 5%까지 증액할 수도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준 전시 체제로 휴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이 2.4% 수준임을 감안하면 폴란드의 안보 위기감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GDP 5% 수준의 국방비는 최근 전쟁이 발발한 이스라엘처럼 안보 상황이 극도로 불안정한 나라에서나 투입할 수 있는 예산이다. 이외에도 폴란드는 15만 명에 불과했던 정규군을 25만 명 선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는 유럽 내 나토 회원국 중에서도 손에 꼽힐 만큼 거대한 군대 규모다.

 

이런 폴란드가 단지 가격 때문에 F-15EX 도입을 검토할 이유는 없다. 지금 폴란드는 어떻게든 합리적이고 정당하게 예산을 소모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F-15EX는 최적의 선택일 것이다.

 

공중 우세기로 탄생해 ‘미사일 캐리어’가 된 F-15, 그리고 그런 F-15의 개량 정점에 선 F-15EX는 F-15E에 F-15SA와 F-15QA에 적용된 기술이 반영되었다. 그리고 이 덕에 F-15C/D급 이상의 개량형과 70% 이상 부품이 호환된다. 비록 유럽에서는 F-15 계열 전투기 운용자가 없을지라도 미국과 대한민국을 포함한 7개국에서 1,000대 가까이 운용 중인 만큼 유지 보수에 매우 용이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폴란드에 F-15EX 도입을 제안한 보잉은 “별도의 군수 지원 체계도, 훈련 비행 대대도, 인프라도 심지어 무기 체계 통합도 필요 없다”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폴란드처럼 장비 체계를 서구화하려는 동구권 나라들 또는 군의 현대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인프라가 열약한 나라들에 무시할 수 없는 장점이다. 이제 더 이상 무기 체계는 단순 성능만으로 방산 시장의 우위를 점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F-15EX가 단순한 유지 보수의 이점과 막강한 인프라로만 승부를 보는 전투기는 아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F-15 시리즈의 개량의 정점에 선 만큼 전자 장비가 굉장히 발전된 F-15EX는 초당 8,700만회의 연산이 가능한 신형 코어 프로세스부터 플라이 바이 와이어 디지털 제어 시스템, 신형 전자전장비, 첨단 조종석 등이 적용되었다. 이 덕에 항속 속력 마하 1.2, 최대 속력 마하 2.5로 비행할 수 있는 전장 19.4m, 전폭 13m, 전고 5.6m의 거대한 전투기가 9G에 육박하는 입체 기동이 가능하다.

 

오죽하면 미국조차 F-15EX 추가 도입을 위해 연간 12대까지 생산할 수 있었던 생산 라인을 24대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보잉은 여기에 대해 수출계약까지 성사된다면 최대 연간 36대까지 생산력을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F-15EX의 약진이 4.5세대 전투기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은 여전히 4.5세대 전투기가 공중 전력의 핵심이자 주력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도 그럴 게 사실 애초부터 스텔스기와 일반적인 전투기는 기술적인 차이 때문에 세대 구분이 나뉘어졌을 뿐이지 애초에 운용 목적부터 기술적 특징, 무장까지 모든 게 다른 전투기다.

 

대표적으로 F-15EX와 F-35를 비교해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F-35와 F-15EX 모두 공중/공중 작전, 공중/지상 작전을 수행할 수 있지만 F-35가 스텔스 능력을 앞세워 정찰, 전자전 등 다목적 임무를 수행하는 반면 F-15EX는 주로 제공권 장악과 공격 임무에 집중되어있다. 스텔스 능력을 포기한 대신 높은 기동성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임무 차이는 탑재 무장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일례로 F-15EX의 경우 최대 무장 탑재량만 자그마치 13.4톤에 육박한다. F-35가 공군형 F-35A 기준 약 8톤 내외라는 걸 감안하면 거의 5.4톤 이상의 무장을 더 탑재할 수 있는 셈이다. 하드 포인트 또한 23개소가 넘기 때문에, 약 6m 두께의 강화 콘크리트를 관통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 GBU-28과 사거리만 900km가 넘는 AGM-158 JASSM-ER 등 24발의 폭탄과 공대지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게다가 태생이 공중우세기로 설계된 만큼 제공권 장약을 위한 무장을 탑재할 경우 16~22발의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다. 이는 평균적인 전투기에 비해 2~2.5배 많은 숫자로 전신인 F-15E조차 10발가량의 공대공 미사일 탑재가 한계였다. F-15EX가 멀쩡한 이글Ⅱ라는 콜사인 대신 괜히 ‘미사일 캐리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게 아니다. F-35가 적의 급소를 노리는 보이지 않는 ‘암살자’라면, F-15EX는 강철의 갑옷과 대검으로 무장한 일당백의 ‘전사’에 가깝다. 스텔스기인 F-35와 F-15EX를 동시에 투입한다면 적의 제공권을 장악함과 동시에 전략 거점을 효율적으로 타격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바로 같은 이유에서 KF-21 보라매를 개발했다. 체급은 조금 다르지만 F-35를 서포트하는 형식으로 제공권 장악과 전력 거점 타격을 동시해 수행하려는 것이다. 또 대한민국이 KF-21 120대 양산을 추진 중임에도 F-35 20대 추가 도입을 확정 지은 것도 이를 위해서다. 게다가 F-35 판매 승인은 130대까지 받아놓은 상태라 장기적으로 KF-21 도입과 함께 F-35 추가 보유의 가능성도 높다.

 

반면 시리즈 최고 성능을 구사하던 F-15K는 AESA 업그레이드, 주익 아웃보드 무장 스테이션 증설 등 추가적인 개량을 통해 F-15EX에 버금가는 전투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KF-21의 등장으로 잠시간 빛이 바랬던 대형 공중 제압기로 부활함과 동시에 F-15K의 전통적인 임무였던 전폭기의 역할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물론 미국이 보유한 대표적인 폭격기인 B-52의 경우 약 31톤, B-1B 랜서의 경우 내/외부 모두 합쳐 57톤이라는 정신 나간 폭장량을 보유한 만큼 13톤 내외인 F-15K의 폭장량은 진짜 폭격기에 비하면 한참이나 부족한 수준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상황을 생각하면 F-15K로도 충분하다. 쉽게 말해 폭격기처럼 대량의 무장을 운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반도는 남북을 가리지 않고 대체로 좁은 지역에 인구가 밀집해 있으며 완충지대 없이 적성국에 둘러싸여 있는 대한민국의 안보 형편상 우리가 폭격기를 보유하는 것만으로도 지리적, 정치적, 군사적으로 상당한 긴장감을 유발한다.

 

실제로 중국이나 북한에서는 오히려 미사일이나 잠수함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전략 무기보다 폭격기 한 대를 더 큰 위협으로 여긴다. 게다가 폭격기와 같은 대규모 무기 플랫폼을 유지, 운용하려면 상당한 예산과 기반 시설, 유지 보수 능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아직 국산 항공 무장이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지 않은 대한민국은 폭격기에 탑재할 수십톤의 미사일과 폭탄을 대부분 수입으로 감당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폭격기 보유가 아직은 시기상조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폭격기가 이륙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일반적으로 ‘활주로’라고 하면 비행기가 이륙하는 데 필요한 도로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활주로는 ‘이륙에 필요한 거리’, ‘착륙에 필요한 거리’, ‘유사시 항공기가 멈출 수 있는 유예 길이’ 세 가지가 필요하다.

 

실제로 미국에서 B-2 스피릿의 경우 착륙 과정에서 유압 시스템 이상으로 랜딩기어가 파손되었고 이로 인해 기체가 멈출 때까지 1.6km나 활주로를 질주했다. 여기에 이륙에 필요한 거리까지 계산한다면 최소한 3.6km 이상의 주 활주로가 필요하다. 인천국제공항의 활주로가 간신히 3.7km가 넘는다는 걸 생각하면 터무니없을 정도로 긴 활주로가 필요하다.

 

반면 자세한 정보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국내 공군 기지의 활주로는 대부분 3km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폭격기 1~2대를 운용하기 위해 전용 공항을 따로 건설하는 건 도저히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앞서 말씀드린 폭격기의 전술성을 생각하면 만에 하나 전쟁이 발발한다면 폭격기가 이륙할 수 있는 공군 기지가 가장 먼저 공격받을 확률이 높다. 가뜩이나 공군 기지는 유사시 최우선 타격 목표다 이 모든 걸 고려하면 대한민국은 폭격기를 보유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하지 않는 것에 가깝다. 능력은 있지만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의 폭격기 보유는 논의해 봐야 할 주제다. KF-21의 등장으로 국산 전투기 무장에 대한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만큼 경제적인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전략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F-35, 제공권 장악을 담당한 대형 공중 우세기 F-15K 개량형 그리고 여기에 종횡무진 전장을 누릴 KF-21 보라매와 전술 목표물을 초토화할 폭격기 편대라면 대한민국의 공중 전력은 아시아 최강의 자리를 넘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허리 역할을 담당할 4.5세대 전투기, KF-21 보라매가 되리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폴란드가 F-15EX 도입을 검토하는 것만으로도 지금 전 세계 방산 시장에는 다시 한번 고성능  4.5세대 전투기의 광풍이 불고 있다. 부디 그 자리를 대한민국의 KF-21이 견인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