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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이 세운 금자탑, 내가 먹는다" 상상도 못한 '이 나라', 폴 최전선 등장

 

뉴스리더 박성수 기자 |

상황이 심상치가 않다. 폴란드가 호시탐탐 노려지고 있다. 자칫하면 폴란드의 거대한 방산시장을 뜬 눈으로 강탈당할지도 모른다. 이는 대한민국 방위 산업의 치명적인 악재가 될 것이다. 오랜 시간 와신상담하던 대한민국의 무기 체계는 이제야 비로소 빛을 보기 시작했다. 대다수의 전문가도 대한민국 미래 산업의 주역으로 방위 산업을 꼽을 정도다. 그런데 이토록 중요한 방위 산업의 성장기에 최대 교류국인 폴란드를 잃는다면 그 여파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대한민국 방위 산업이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방위 산업이 위태로울수록 안보 또한 흔들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매체가 당장의 성과에 눈이 멀어 다가오는 위험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대한민국 방위 산업은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러던 2022년 폴란드와의 대규모 방산 계약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전 세계가 인정하는 무기 체계 시장의 신흥 강국으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대한민국이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라고 폄하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폴란드를 포함한 전 세계가 군비 확충에 돌입했고 세계 방산 시장에 전에 없던 대호황을 맞이한 덕분에 대한민국이 특수를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준비되지 않은 자에겐 행운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전쟁 특수를 누리게 되긴 했지만 대한민국이 이러한 성과를 거둔 것은 일시적인 운이나 반짝 효과가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서도 계속되었던 끊임없는 도전과 오랫동안 이어져 온 기술 개발, 휴전 국가라는 특수성이 만든 멈추지 않는 생산력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늦든 빠르든 대한민국이 세계 방산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리라는 것은 이미 정해진 사실이나 마찬가지였다.

 

폴란드가 역사에 기록될 정도로 막대한 물량을 도입할 국가로 대한민국을 선택한 건 모든 상황과 조건, 가격, 성능 등을 따져보고 내린 지극히 정당하고도 합리적인 걸정이다. 이를 단순히 ‘운’이라고 치부해 버리는 건 악의적인 비하나 다름없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대한민국의 노력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단순한 결과만 본 채 우리가 일군 성과를 강탈하려는 경쟁국이 등장했다. 심지어 이 나라는 대놓고 대한민국 최대의 방산 파트너로 발돋움한 폴란드를 빼앗으려 들고 있다.

 

얼마 전 폴란드의 제18기계화사단은 K-9 자주포의 첫 실사격 훈련을 진행했다. 제18기계화사단이 폴란드의 수도인 바르샤바 수호를 책임지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상당히 뜻깊은 일이었다. 게다가 제18기계화사단의 핵심인 제19 루블린 기계화여단은 벨라루스와 우크라이나를 동시에 접하고 있어 전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는 최전방 부대다. 당연히 이런 부대에서 진행한 자주포 실사격 훈련은 벨라루스와 러시아에 폴란드의 화력을 보여주는 일종의 무력 과시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쉽게 말해 K-9이 있으니 까불지 말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순간에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끼어들며 분위기를 망쳐버렸다. 다름아닌 일본 자위대 고위 관계자가 제19 루블린 기계화여단의 루블린 사령부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바로 요시다 요시히데 일본 자위대 합참의장이다. 심지어 요시다 합참의장은 라지문트 안제차크 폴란드 참모총장과 만나 무명용사의 묘를 찾아 헌화하는 등 각종 프로그램을 함께했고 회담을 진행했다.

 

자위대 합참의장이 폴란드, 그것도 안보 최전선에 위치한 제18기계화사단 소속 제19 루블린 기계화여단을 찾은 표면적인 이유는 아주 뻔하디뻔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앞장서고 있는 폴란드의 조직 체계를 배우고 유럽의 안보 상황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과의 교류에 대해 회담을 나누기 위해서다. 또한 폴란드와 일본, 양국의 군사적 협력과 함께 F-35 훈련과 운용 비결을 교환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폴란드는 F-35 32대 도입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구권 무장 체계를 사용해 왔던 만큼 서방 전투기 중에서도 기술적으로 최선두를 달리고 있는 F-35에 적응하는데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최대 147기의 F-35 도입을 계획 중인 일본이 이를 포착하고 자신들이 폴란드의 적응 훈련을 도와주겠다며 팔을 걷어붙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요시다 합참의장이 폴란드까지 찾아간 데에는 그에 상응하는 숨겨진 이유가 있다. 우선 수도인 바르샤바도 아니고 ‘루블린’에 찾아갔다는 점이 중요하다. 루블린은 폴란드, 라투아니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해 삼각 동맹을 맺은 장소로 상징성이 매우 큰 지역이다. 심지어 우크라이나가 루블린 삼각 동맹을 시작으로 나토, EU 가입의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기 때문에 폴란드뿐만 아니라 전 유럽의 시선이 집중되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보다 실질적인 이유도 있다. 많은 수의 전문가는 잠수함 도입 사업을 진행 중인 폴란드에 일본이 자국의 잠수함을 홍보하고 협상을 시도하려는 목적으로 요시다 합참의장을 파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폴란드의 신규 잠수함 도입 사업, 통칭 ‘오르카’는 잠수함 도입을 위한 예산만 무려 3조 3천억 원에 육박하고 후속 지원에 대한 예산까지 합하면 십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되는 초거대 사업이다. 요시다 합참의장이 루블린을 방문하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대다수의 매체가 대한민국의 3,000톤급 잠수함 도입을 전망하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재래식 잠수함으로서의 성능이나 가격 그리고 대한민국과 폴란드의 방산 협력 관계 등을 따져보면 국산 잠수함만 한 게 없기 때문이다.

 

일본 입장에서는 기술 강국이라고 자부해 왔던 자신들이 개발한 무기는 수출 실적이 미미한데 엄청난 규모의 방산 수출을 하고 있는 한국을 보며 배가 아프다 못해 장이 꼬일 지경이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한국이 많은 부분, 특히 무기 체계 분야에서 일본을 대놓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그렇지 일본은 함정 건조와 재래식 잠수함 기술은 절대 무시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특히 오르카 프로젝트를 통해 잠수함 도입 사업을 벌이고 있는 폴란드가 내건 조건 중의 하나는 리튬이온 배터리다. 한국도 잠수함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 분야의 선두 주자는 다름아닌 일본이다. 물론 아직까지 검증되지 않은 기술을 일본이 위험과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섣부르게 잠수함에 탑재했기 때문이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가장 많은 실사용 데이터를 쌓은 건 일본의 타이게이급 잠수함이다.

 

이를 바탕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의 장보고급 잠수함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일본 타이게이급을 거론하기도 한다. 오르카 사업 또한 대한민국의 낙승으로 평가받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일본의 타이게이급 때문이다.

 

한국은 K-9 자주포와 K-2 전차, 천무 등의 지상전 무기는 물론이고 FA-50 등의 T-50 계열 군용 항공기 그리고 함정까지 육해공 가리지 않고 모든 방산 분야에서 수출 실적을 쌓고 있다.

 

반면 초라한 성적표를 들고 있는 일본의 방산 업계가 이번에는 폴란드에서 한국을 기필코 꺾어보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 입장에서는 폴란드만 잡아도 대한민국 무기 체계를 국제 방산 시장에서 개밥에 도토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본의 야욕이 뜻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실제로 일본이 온갖 수작질을 앞세웠음에도 한국에 패배한 전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일례로 지난 2021년 일본과 인도네시아는 안보 협정을 체결하고 인도네시아가 일본의 3,900톤급 호위함 8척을 도입하는 것에 합의했다. 대한민국과 오랜 시간 방산·안보 동맹을 맺어왔던 인도네시아를, KF-21 분담금 미납 문제로 사이가 소원해진 틈을 타 빼앗으려는 속셈이었다.

 

하지만 인니와 일본이 맺은 호위함 도입 협약은 보기 좋게 무산되어 버렸다.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직접 일본의 호위함을 도입한다고 발표까지 하고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탈리아와 새로운 프로젝트에 돌입한다며 급선회를 해버린 것이다.

 

관계자의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일본은 세계 무기 수출 시장의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러시아, 독일 등 기존의 강자들이 버티고 있는 하이엔드급 노리고 나섰다. 이는 지나친 자만심에서 비롯된 일이다. 즉 일본은 자신들의 기술력만을 믿고 기존의 방산 강국들을 하루아침에 따라잡을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동안 일본 무기들은 국제무대에서의 경쟁 없이 갈라파고스화되었고 그 속에서 온갖 문제점이 터져나오고 있다. 심지어 일본 무기는 성능이 그렇게 좋지도 않으면서 가격까지 상당히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