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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때리지도 못한다" 韓, 진정한 '무적 전차' 개발

 

뉴스리더 박성수 기자 |

대한민국의 차세대 전차로 구상 중인 K-3가 새로운 설계를 공개했다. 이번엔 기존보다 전체적으로 더욱 미래지향적인 모습이 됐다.

 

물론 단순히 디자인 때문에 이런 형상이 된 것은 아니다. 새로운 모습의 K-3는 K-2 흑표의 피탄 거부 컨셉을 더욱 강화한 모습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피탄 거부란, 문자 그대로 적의 포탄을 맞고 버텨내겠다는 게 아니라 아예 피격당하는 상황 자체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예시로 반능동 유기압식 ISU를 탑재한 K-2는 이른바 ‘무릎 꿇기’라고 불리는 극단적인 움직임까지 가능하다. 이 덕에 차체를 낮춰 골짜기나 구릉에 바짝 엎드리는 방식으로 적의 공격을 회피할 수 있고 반대로 언덕 위에 매복하는 방식으로 적을 요격할 수도 있다. 이는 산악 지형이 많은 대한민국 안보 환경에 꼭 필요한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방호력이 낮은 것도 아니다. K-2 흑표는 RHA 기준 800mm 초중반을 관통할 수 있는 화력의 자탄을 방어할 수 있다. 이를 자탄 방어라고 하는데 이를 거꾸로 말하면 K-2 흑표의 전면 방호력이 최소한 800mm 이상이라는 뜻이 된다. 즉, 적의 포격을 맞지 않고, 맞더라도 최대한 버텨내도록 설계된 게 바로 대한민국의 K-2 흑표인 것이다.

 

특히 이번에 새로이 공개된 K-3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스텔스 기능이 적용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차체 정면과 측면, 포탑 측면의 벌집 모양 구조물이다. 포탑 측면의 벌집 모양 구조물은 66mm KM255 6연장 연막탄 발사기를 대체해 다영역차장 연막탄(MSSG)를 발하는 장치이다.

 

K-2 흑표의 소프트킬 능동방호장치에 사용되는 MSSG는 가시광선은 물론 자외선과 적외선 대역까지 불투과성을 갖추고 있으며 팽창 흑연을 첨가해 밀리미터파 대역 전파까지 흡수 산란시킬 수 있는데 이는 쉽게 말해 시각, 열 탐지 장비부터 레이더까지 모두 기만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일종의 강력한 차단막인 셈.

 

여기에 차체 측면에 달린 사이드 스커트 형식의 추가 장갑은 세라믹과 복합소재 등을 이용한 모듈식 장갑 체계를 적용하는 한편 전차의 약점인 보기륜을 보호한다.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전체적인 스텔스 설계를 적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스텔스 도료를 사용해 적의 레이더를 회피하고 피탄 거부 능력을 더욱 강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 현세대 전차에서 으레 관찰할 수 있는 전면부의 조종수 해치를 없애고 아이언 비전 같은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 포신 역시 포구 직전까지 커버가 씌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레이더 전파를 흡수하는 스텔스 설계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

 

마하로 질주하는 전투기나, 망망대해에 떠 있는 함정도 아니고 무슨 전차에 스텔스 기능씩이나 필요하냐? 싶을 수도 있지만 이는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요소다.

 

현대의 대전차미사일, 통칭 ATGMS는 대부분 적외선 추적 방식을 사용한다. 대표적으로 대한민국의 현궁, 미국의 FGM-148 재블린은 물론이고 중국의 HJ(홍젠) 시리즈, 심지어 북한의 불새 계열까지 적외선 유도 방식을 탑재했으리라 추정된다. 이 외에도 AGM-114 헬파이어, 스파이크 대전차미사일 등 3세대 ATGMS는 적외선 추적과 밀리미터파 추적을 모두 사용한다.

 

그런데 마찬가지로 현대의 주력 전차들은 파워팩의 고출력화가 이루어지면서 방출하는 열의 온도가 상당히 높아졌다. 전차를 파괴하기 위해 개발된 ATGMS의 탑어택에는 쥐약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왜 ‘전차 무용론’이 등장했는지를 떠올려 보면 금방 납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로 인해 현대의 전차들은 보병과의 제병 합동이 필수일 뿐만 아니라 열을 내뿜는 배기구에 적외선 감쇄망을 씌우거나 MCS 같은 전차 위장망을 덮어 열원을 최대한 숨기고 있다. 하다못해 대한민국의 레드백 역시 적외선 추적 미사일에 대비한 은폐 성능을 올리기 위해 추가 열상 위장막을 개발했을 정도.

 

그런데 만약 이를 다영역차장 연막탄으로 차단하고 스텔스 구조를 적용해 밀리미터파 추적까지 흡수할 수 있다면 전차의 생존율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눈에 뻔히 보여도 ATGMS가 포착을 못하니 타격할 수 없는 것이다.

 

그나마 가시광선, 다시 말해 직접 육안으로 미사일을 유도하는 1/2세대 ATGMS나 RPG 시리즈, NLAW같은 무유도 대전차 로켓이라면 타격이 가능하겠지만 K-2 흑표 이상의 방호력을 지닌 K-3의 장갑을 관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게다가 유일한 약점인 보기륜 조차 벌집 형태의 사이드 스커트로 보호하고 있으니 충분한 방호가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K-3는 기존의 형상보다 더욱 스텔스 성능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바뀌지 않고 유지된 점도 있다. 우선 이번에도 역시 130mm로 구경을 키운 주포가 눈에 띈다. 현재 K-2 흑표가 55구경장 120mm CN08 활강포를 탑재하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고작 8.3% 남짓인 10mm가 늘어난 셈이지만 관통력은 기존 대비 50% 이상 늘어난 셈이다. 이는 러시아의 T-14 아르마트, 중국 99A는 물론이고 현존하는 모든 주력 전차의 전면 장갑을 관통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처럼 구경을 올릴 때마다 화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기 때문에 한 때 K-3에 140mm 전열화학포를 탑재하는 방안도 논의되었었다. 전열화학포는 장약의 연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학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제어하여 탄체를 가속하기 때문에 탄체, 즉 포탄을 레일건에 버금가는 속도로 발사할 수 있다. 이 덕에 일반 화포와 레일건의 장점을 모두 가지면서도 훨씬 다양한 탄종을 운용할 수 있고 전력 소모량도 훨씬 적다. 또한 그러면서도 장약 연소를 보다 정밀히 제어하여 관통력을 비약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다.

 

일례로 이론적으로 120mm급 전열화학포의 경우 포구 속도가 2.5km/s에 육박할 정도다. 이 정도면 일반적인 포탄을 사용하더라도 870mm의 장갑을 관통할 수 있으며 유효 사거리는 자그마치 320km에 이른다. 전차로 스탠드오프 타격이 가능한 셈이다. 이론상 세계 최초의 전차, 영국의 Mk 1이 꿈꿨던 ‘육상 전함’을 드디어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인 것이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꿈같은 얘기고, 전열화학포를 전차에서 운용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우선 작용 반작용의 원리에 따라 반동이 강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50~60톤 내외인 전차의 무게로 반동을 감당하기 어렵다. 하물며 K-3의 경우 대한민국 지상 무기 체계의 전통적인 교리에 따라 자주도하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량을 55톤 이상으로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앞서 언급한 모듈식 증가 장갑이 세라믹과 복합소재를 이용해 최대한의 경량화를 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포탑의 대형화, 전기에너지에 의한 고온, 가격 상승 등도 간과하기 어려운 단점이다. 결국 K-3는 여러 현실적 제약의 벽에 부딪혀 140mm 전열화학포를 포기하고 130mm 활강포로 완전히 가닥을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대한민국만이 차세대 전차를 준비하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오히려 우리는 약간 느린 편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건 독일이다.

 

일례로 독일이 기술 실증용 차량까지 공개하는 데 성공한 KF-51 판터의 경우 130mm 주포를 탑재하는 데 성공했다. 이 덕에 한때 4세대 전차의 등장으로 전 세계 방산 시장에 엄청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실상이 까발려진 지금은 초반의 인기도 시들해진 상황이다. 다름 아닌 130mm 주포의 치명적인 약점 때문이다. 구경이 커지면서 포탄 크기도 커지는 바람에 KF-51의 휴행탄 수는 기껏해야 20발에 불과하다. 레오파르트2가 차체 전방 탄약고에 27발, 버슬식 포탑에 15발, 총 42발을 적재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인 셈이다.

 

전차 기술력이 얼마나 좋고 나쁘냐를 떠나, 이것만큼은 물리적인 공간이 필요한 과제다 보니 대부분의 선진국도 난감해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독일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 중인 4세대 전차 MGCS의 개발이 계속해서 지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MGCS의 경우 130~140mm 활강포를 탑재하면서 최소 30발 이상의 탄약을 탑재할 것을 요구받고 있지만 탄약의 비대화로 좀처럼 해결 방안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1960년대 등장하기 시작한 3.5세대 전차, 120mm 활강포가 6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화력 면에서 큰 구조적 변화가 없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한편, K-3는 차세대 전차라는 타이틀에 맞게 다양한 변경 점이 눈에 띈다. 특히 포탑에 달린 카메라는 K-2 흑표 초기형에 제외되면서 많은 빈축을 샀던 하드킬 방식의 능동방호체계가 탑재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탑재된 위치를 보면 전차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인 상부 방어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 K-3 컨셉에서 가장 충격을 주었던 수직발사대 역시 여전히 유지된 것이 확인된다. 언뜻 전차에서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린가 싶지만 이스라엘의 메르카바 전차는 전차 내부에서 박격포까지 발사할 수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레드백은 미사일 발사 장치를 탑재해 사거리 5.5km 수준의 스파이크 LR2를 2발이나 운용할 수 있다.

 

게다가 좀 특수한 경우긴 하지만 T-80U처럼 주포에서 포발사 미사일을 발사하도록 설계된 사례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즉, K-3 역시 VLS에 대전차미사일이나 헬기 격추를 위한 대공미사일을 탑재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란 얘기다. 더군다나 KF-21 보라매의 등장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사일 기술력이 수직상승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소형화된 K-VLS를 탑재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 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대한민국은 군용 수소 전기차 분야에서도 세계적인 수준의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다. 해당 기술이 K-3에 적용되어 전력 생산량이 늘어난다면 원천 기술을 확보한 AESA 레이더를 적용할 수도 있게 된다. K-3의 탐지 능력이 확장되면 상부에 배치된 드론을 운용하는 것도 보다 원활해질 텐데, 이는 유무인 합동 시스템, 이른바 MUM-T는 미래 전장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이밖에도 K9A2, 레드백에서 획득한 복합고무궤도 역시 탑재될 예정이다. 이렇게만 얘기하면 아직은 먼 얘기처럼 느껴질 테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가장 처음 말씀드린 증강현실 조종 기술이나 무인 조종 기술 등은 이미 N-WAV, 아리온스맷에 적용된 기술이고 130mm 주포는 이미 자체 개발이 가능할 만큼 수준 높은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중요한 건 내부 공간을 어떻게 확보하느냐 뿐이다.

 

아닌 게 아니라 K-3는 2030년대 배치를 목표로 이미 개발에 돌입한 상태다. 이제 남은 과제는 이미 보유한 기술을 어떻게 적용하고 그 과정에서 한정된 K-3의 공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냐는 것 뿐이다. 대한민국이 차세대 전차 대장전에서 어떤 활약을 선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