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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틀렸다" 왜? 승산 0% 하마스는 이스라엘을 공격했나

 

뉴스리더 박성수 기자 |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는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아무리 잘 쳐줘 봐야 테러 집단에 불과한 하마스는 도대체 무슨 정신으로 이스라엘에 선공을 가한 걸까? 이스라엘은 작은 나라지만 2023년 기준 세계 18위의 군사력을 지닌 강한 나라다. 하마스가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한없이 0%에 가깝다. 또, 왜 언론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아니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이번 사태를 보도하는 걸까? 그리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는 왜 최악으로 기운 것일까?

 

이스라엘 침략 이후 하마스는 입에 담기도 어려운 끔찍한 전쟁 범죄를 자랑하듯 틱톡 등 규제가 약한 SNS에 업로드하고 있다. 일례로 10월 7일 침략 직후 하마스에 점령되었던 크파르 아자는 고작 12시간 만에 이스라엘군의 맹공에 의해 해방되었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어린아이를 포함한 15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심지어 그 수준이 지나치게 끔찍해 언급조차 두려울 지경이다. 오죽하면 하마스의 전쟁범죄가 이스라엘에서 조작한 프로파간다라고 주장하던 아랍권조차 크파르 아자 사건 이후 공공연한 하마스 옹호를 지양할 정도다.

 

더욱 충격적인 건 월스트리트저널에 의해 하마스 내부에서 민간인 대상 전쟁범죄 지시가 담긴 서면 명령서가 사전에 하달되었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크파르 아자, 레임 음악 축제, 베에리, 니르오즈, 스내롯 등에서 재현된 지옥이 전쟁의 광기가 아니라 의도된 범죄 행위였다는 것이다. 도대체 같은 인간으로서 어떻게 이런 잔악무도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이쯤이면 이스라엘의 강경 대응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와 다르게 일각에서는 이스라엘의 대응이 ‘선을 넘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전쟁 발발 직후 끔찍한 참상을 목도한 이스라엘은 보복으로 하마스의 근거지인 가자 지구에 집중 포격과 공습을 가했다. 여기까지는 지극히 당연하고 정상적인 대응처럼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가자 지구의 특성에 있다. 가자 지구는 하마스의 군사 시설과 민간인 거주 지역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기 때문에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만큼 민간인 피해가 수반된다. 물론 이스라엘도 이를 모르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루프 노킹 전술을 사용하고있다. 쉽게 말해 하마스의 군사 시설을 폭격하기 전 주변의 민간인 건물에 경고문을 살포하고 현지어 안내방송을 송출하는 등 민간인 대피를 위한 최소한의 유예 시간을 주는 전술이다. 하지만 인구 밀도가 높은 가자 지구에서는 자칫하면 수만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도 있는 위험한 방식임은 부정할 수 없다. 아무리 당한게 있다 해도 이스라엘의 대응이 인도적으로 지탄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지상군 투입까지 대피를 위해 가자 지구 주민들에게 준 시간은 고작 24시간에 불과하다. 가자 지구 주민이 200만 명이 넘는다는 걸 감안하면 턱없이 적은 시간이다. 실제로 UN, EU 심지어 미국까지 지상군 투입은 지나치게 섣부르다며 이스라엘을 뜯어말리고 있다.

 

가자 지구는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선 예루살렘을 알아야 한다. 복잡한 종교 얘기는 빼놓고 예루살렘은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 세 종교의 성지다. 그러나 대략 1세기경 로마의 지배 이후 1948년에 이르기까지 유대인은 자신들의 성지인 예루살렘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전 세계를 떠돌며 핍박을 받아왔다.

 

그렇다면 지금 이스라엘 영토에 살았던 이들은 누구인지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그게 발로 팔레스타인의 원류다. 로마에 편입되지 않고 옛 이스라엘 땅에 남은 일부 유대계 소수민족과 다수의 아랍인 등이 팔레스타인이라는 나라, 보다 정확히는 오스만 제국에 남아 살게 되었던 것이다. 그 사이에 이슬람 제국이나, 십자군 전쟁으로 건립된 예루살렘 왕국 등이 있지만 어찌 되었든 근대 팔레스타인의 뿌리는 오스만 제국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1918년, 현대로 접어들면서 팔레스타인의 역사에도 대격변이 일어난다. 대영제국이 요르단강 유역을 위임통치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이다. 대영제국은 제1차 세계대전에 미국을 끌어들이기 위해 유대인들에게 이스라엘 건국을 약속했고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1948년, 이번엔 미국의 도움을 받아 정말로 이스라엘 건국에 성공해 버린다. 사실 이 뒤에는 영국과 미국이라는 두 초거대 강대국의 복잡한 정치적 계산이 있었지만 어찌되었든 역사 속에서나 등장했던 ‘가나안 땅’, 이스라엘이 2000년에 가까운 시간을 뛰어넘어 부활한 것이다. 당연히 이스라엘 건국이 중동에 미치는 여파는 어마어마했다. 그도 그럴 게 유대교적 관점에서 보면 기적과 다름없는 일이지만 아랍권 입장에서는 뜬금없이 이교의 나라가 나타나 자신들의 성지에 권리를 주장하는 셈이다. 앞서 말한 예루살렘을 떠올려보라.

 

이에 불만을 품은 아랍 국가들은 총연합하여 이스라엘을 공격했고 이는 제1차 중동전쟁의 도화선이 되었다. 하지만 서구 열강을 등에 업은 이스라엘은 폭발적인 속도로 발전했고 제4차 중동전쟁까지 거치면서 영토와 인구를 계속해서 확장해 현재는 972만 명의 유대인이 이스라엘에 거주하고 있다. 건국 당시 80만 명에 불과하던 인구가 75년 만에 12배로 늘어난 것이다.

 

그럼 이스라엘 지역에 거주하던 팔레스타인인은 어떻게 되었을까? 일부는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으로 망명을 선택했다. 실제로 2020년 기준 팔레스타인 난민은 무려 570만 명에 육박한다. 그러나 모든 팔레스타인인이 난민이 된 건 아니다. 일부는 여전히 이스라엘 내에 있는 팔레스타인 거주 구역에 남아있다. 그것이 바로 현재 팔레스타인의 두 영토, 서안 지구와 가자 지구다 이쯤이면 왜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을 증오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스라엘을 위한 변명이 없는 건 아니다. 편의상 팔레스타인 입장에서 설명했지만 로마에 의해 멸망하기 전까지 지금의 이스라엘 지역을 지배했던 건 유대인이다. 이들 입장에서는 팔레스타인이 주인 없는 빈자리를 꿰찬 셈이다. 더군다나 팔레스타인의 원류가 로마를 떠돌지 않고 해당 지역에 남아 있었던 유대인의 후손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유대인들은 세계를 떠돌며 200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팔레스타인 지방에 유대인 민족 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왔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이스라엘의 부활을 놓지 않았던 것이다. 많은 유대인이 자신들의 종교 만큼이나 강력한 신념으로 삼는 ‘시오니즘’이다.

 

중요한 건 이스라엘이 탄생부터 팔레스타인, 나아가 아랍권과의 분쟁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한 가지 이상한 점이 또 있다. 이번 전쟁은 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이 아니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인 것일까? 팔레스타인은 서안 지구와 가자 지구로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영토가 둘로 이분되어 있는 만큼 통치 세력도 다르다. 서안지구는 비교적 온건파인 파타당이 통치하고 있지만 가자 지구는 하마스의 영역이다.

 

지난 2006년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 총선에서 분리 독립에 대한 급진적인 사상을 모토로 내세운 하마스가 가자 지구 주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아 정식 정당이 되었다. 부정 부패로 얼룩진 데다 이스라엘 앞에서 큰 소리 한 번 내지 못하는 파타당과 달리 하마스는 가자 지구 내에서 이슬람식 복지 정책을 펼치며 이스라엘에서 핍박받는 팔레스타인 국민들을 보호했고 이를 바탕으로 지지 기반을 단단히 구축했다. 테러 단체로서의 하마스는 1987년 결성되었지만 이들이 본격적인 영향력을 행상하기 시작한 건 바로 이 떄부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독립이라는 미명이 깔려있다 하더라도, 오히려 민간이 피해를 장려하는 듯한 테러 행위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리 없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이은 가자 전쟁으로 인해 2014년부터 하마스 지지율도 추락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가자 지구는 굉장히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외국의 원조로 수도 파이프를 매설하면, 거꾸로 하마스가 캐내서 까삼 로켓 몸통으로 사용하는 등 후안무치한 짓을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하마스는 이런 행동을 구국을 위한 영웅적인 행동으로 포장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7~8월에는 가자 지구 내에서 반 하마스 시위가 발생하는 등 사태가 심각해졌다. 여기에 바레인, 오만, 아랍에미리트, 수단 같은 ‘형제 국가’들이 하나같이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으며 팔레스타인, 그중에서도 하마스를 지지하는 세력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이는 곧 해석에 따라 팔레스타인 독립이 요원해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이슬람의 거두인 사우디아라비아까지 미국의 중재로 이스라엘과의 관계 회복을 추구하면서 하마스의 입지는 바람 앞의 등불이 되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극우 성향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3연임에 성공하면서 서안 지구의 유대인 정착촌을 늘리는 등 매우 강경한 팔레스타인 압박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완전한 이스라엘, 다시 말해 팔레스타인과의 공존이 아니라 이스라엘만의 유대 국가를 목표로 하는 근본주의로서 장기적으로 팔레스타인의 입지가 어찌될 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게다가 네타냐후 총리는 행정부의 권력을 강화하기 위해 사법부의 권한을 대폭 축소하기까지 했다. 사실상 독재 정치를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는 사안이라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건국 이래 최대의 민주주의 시위까지 발생했을 정도다.

 

정리하자면 하마스는 지지기반과 동맹 파괴에 더불어 적국인 이스라엘 내부의 최대 혼란까지 마주한 상태였다. 팔레스타인 분리 독립만이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한 유일한 명분인 하마스에는 이번이 마지막 남은 기회였던 셈이다. 이는 비단 하마스뿐만이 아니다. 반미 노선을 걷고 있고 여전히 이스라엘 건국을 ‘재앙’이라고 표현하는 아랍 국가, 이를테면 레바논의 헤즈볼라나 하마스 공격의 배후에 있다고 추정되는 이란 등도 이번에야말로 이스라엘을 약화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다. 또 미국은 대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스라엘을 잃을 수 없다. 모처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개선에 청신호가 켜졌는데 만에 하나라도 이스라엘이 패배하기라도 한다면 자신들이 쌓아놓은 금자탑을 중국이 꿰찰 것이다. 중동을 버릴 게 아니라면 이스라엘도 버릴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처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이유는 딱 하나로 규정할 수 없다. 종교적, 역사적, 민족적, 사회적 앙금이 첫 번째 이유일 테고 그 내면에는 권력에 대한 투쟁과 강대국들의 이권 다툼이 숨어있다. 정작 당사자인 이스라엘 그리고 팔레스타인은 전쟁의 향방을 붙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에 벅찰 지경이다. 다행히 일각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단기적인 소요 사태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전면전이 시작되면 하마스는 승산이 없고 반대로 이스라엘은 전쟁 직전의 민주주의 시위를 생각하면 전쟁을 이어가기 어렵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골치 아픈 상황에서 가능하면 전쟁이 빨리 끝나길 바랄 테고 이란 역시 아직은 미국과 대리전을 치르고 싶지는 않다. 불안할지언정 평화를 예측한 이들의 분석이 부지 적중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