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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속보]하마스 학살 현장 | 하마스 北로켓발사기 등장

 

뉴스리더 박성수 기자 |

‘말세’라는 단어가 지금 이 순간만큼 와닿는 적도 없었던 것 같다. 지난 한글날 연휴 사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하마스간의 전면전이 발발했다. 물론 두 나라의 반목은 이미 일상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번엔 양쪽 모두 선을 넘어도 한참을 넘었다. 오죽하면 일각의 전문가들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제5차 중동전쟁의 신호탄으로 보고있기까지 한다. 실제로 기간 단위 사망자 발생 숫자로만 본다면 한글날 연휴 사이, 고작 3일 간의 교전으로 이미 제4차 중동전쟁의 사망자 숫자를 넘어선 상태다.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 전역에 공습 경보가 발령됨과 함께 장장 3시간 30분에 걸친 무차별적인 폭격이 자행되었다. 이스라엘 정보 당국은 이 공습으로 인해 최소 5명의 이스라엘인이 사망하고 100명 이상이 부상 당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건 악몽의 서막에 불과했다. 팔레스타인 하마스는 무려 5,000~7,000개로 추정되는 수제 로켓과 까삼 로켓을 동원해 이스라엘 전역에 폭격을 가했고 아이언돔이 무력해지자 우왕좌왕하는 이스라엘군을 사살하며 서남쪽 국경을 통해 수백명의 특작 부대를 침투 시켰다. 심지어 공격이 가해진 10월 7일은 토요일로써, 이스라엘인들은 유대교 율법에 따라 원칙적으로 어떠한 활동도 해서는 안되는 날이었다. 이를 바꿔말하면 수 많은 민간인이 자택에서 하마스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노출되었다는 뜻이다.

 

이스라엘과 오랜 시간 종교적, 역사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반목해온 하마스는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 최대한 많은 민간인을 공격했다. 뿐만 아니라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스라엘의 혼란을 기다리고 있었던 레바논의 테러단체 헤즈볼라 또한 무차별적인 테러 행위를 시작했다. 실제로 10월 7일 단 하루에만 무려 100명의 이스라엘인이 사망했고 1,000여 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을다. 이는 전면전이 아니라 오히려 전쟁의 탈을 쓴 학살극에 가까운 만행이었다.

 

물론 이스라엘 또한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이스라엘의 요아브 갈란트 국방부 장관은 “하마스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하마스는 이 행위를 후회하게 될 것이다”라며 즉시 전쟁을 선포했고 이스라엘 전역에 예비군 소집령을 내렸다. 그리고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가자 지구의 420곳이 넘는 시설에 보복성 공습을 가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스라엘군은 지상 병력을 북부의 레바논 국경, 동부의 웨스트 뱅크, 남부의 가자 지구 전선에 전진 배치하며 대응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의 발표에 따르면 31개 대대 4개 사단이 가자 지구 국경에 배치된 것으로 파악되는데, 비록 공격을 당한 직후에는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나마 빠른 대응 덕에 이스라엘 남부의 통제권은 어느정도 회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쪽에서 모두, 민간인 피해를 염두에 두지 않는 공세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에 사상자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벤 구리온 국제공항을 제외하고 모든 공항을 폐쇄하자 되려 그곳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벤 구리온 국제공항이 이스라엘에 거주 중인 타국의 재외국민들이 탈출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공항임을 생각하면 얼마나 끔찍한 의도로 공격을 가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하마스의 공격은 이스라엘군이나 이스라엘 국민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의 모든 동맹국 대상으로 넓어지고 있다. 이스라엘에 거주 또는 방문 중이던 미국인만 무려 11명이 사망했고 7명이 실종 되었으며 이외에도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대한민국 교민들 조차 전쟁의 화마에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이스라엘-하마스의 전면전은 중동 전체를 불태우는 거대한 국제전으로 확전되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우방국이었던 미국은 전쟁 발발 직후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항모전단을 이동 배치했고 전투기 편대를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에 원한다면 모든 것을 지원하겠다”라며 신속한 지원책을 발표했다. 또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의 발표에 의하면 벌써 제럴드 R. 포드급 항공모함과 그 전단이 이스라엘과 면한 동지중해로 이동 중이다.

 

일명 ‘슈퍼 캐리어’로 불리는 미국의 제럴드 R. 포드급 항공모함은 미국의 해군력을 대표하는 3세대 항공모함이다. 만재 배수량만 100,000톤이 넘는데다 전장 332m, 전폭 78m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한다. 그야말로 바다 위의 공군 기지라고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다. 게다가 단순히 규모만 거대한 게 아니라 EMALS 방식의 캐터펄트를 4기나 탑재하고 있어 65기가 넘는 함재기를 24시간 동안 무려 270회 이상 이착함 시킬 수 있다. 문자 그대로 웬만한 나라의 공군력에 버금갈 정도로 어마어마한 숫자의 소티다. 게다가 제럴드 R. 포드급 항공모함의 타격전단은 타콘데로가급 순양함인 노르망디 1척과 알레이버크급 구축함 4척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 척 한 척 모두가 결전병기급 위력을 자랑한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례적인 항모전단 전진 배치가 외부 세력의 무장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또 이스라엘과 적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들의 활동을 감시하기 위한 일종의 무력시위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이뿐만 아니라 탄약을 포함한 대량의 군사 장비 또한 이스라엘에 지원할 방침이다.

 

레임덕에 내몰려 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입장에서, 만에 하나라도 이번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다면 정치적으로 사형 선고를 받은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전통적인 동맹 관계다. 미국 입장에서 이스라엘은 아랍권의 반미 기조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전진기지였고 반대로 사방이 적성국으로 둘러싸여 있는 이스라엘의 처지에서 미국은 생존을 위한 동아줄이나 마찬가지다. 어찌 보면 대한민국과 미국의 관계와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매우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적성국에 둘러싸여 있다는 안보 환경까지, 대한민국과 이스라엘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은 나라다.

 

하지만 미국의 대 아랍권 정책이 변경되고 특히 극우 성향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재집권하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도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주도로 대 이스라엘 정책 노선을 전환하면서 반대로 이란과는 수감자 협상을 진행하거나 동결 자금을 해제하는 등 유화책을 펼친 것이다. 지금 미국에서는 바로 이 때문에 바이든 정부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이스라엘에 대한 신속하고 압도적인 군사 지원을 감행한 데는 이로 인한 정치적 공세를 무마시키려는 의도 또한 깔려있다. 역사에 만약이란 없다지만 미국이 이스라엘을 잃게 된다면 사실상 중동에 대한 영향력을 상실하고 말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할수록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수의 군사 전문가는 팔레스타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가장 큰 이유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를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이라 추측하고 있다. 이스라엘과의 최전선에 위치한 팔레스타인은 오랜 시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 강대국들의 더러운 칼처럼 활용되어 왔다. 중국이 북한을 이용해 대한민국에 무력시위를 저지르거나 러시아가 바그너그룹을 국제 정치적 면피 도구로 사용하면서 온갖 전쟁 사업을 벌였던 것과 다를 게 없었던 것이다.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에 까삼 로켓을 날리는 대신 아랍의 강대국들에 직간접적인 경제적, 군사적 지원을 받아왔다. 그런데 최근 이 관계가 송두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국이 대 중국 견제 전략의 하나로 ‘인도-중동-유럽 경제 회랑’, 통칭 IMEC를 추진하면서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수교를 추진하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를 이용해 안보 조약을 체결하고 핵 개발을 허용하면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겠다는 어마어마한 ‘빅 딜’을 걸어왔다. 팔레스타인 입장에서 이는 최악의 상황이다. 공공의 적인 이스라엘을 전면으로 내세워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에서 줄타기 하던 팔레스타인으로서는 팽팽하게 당겨진 줄의 한 쪽 끝이 잘려져 나가는 것과 마찬가다.

 

이는 이란으로서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이라는 공통된 적이 있긴 하지만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서로를 적성국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고 미국이라는 강력한 동맹국을 중동 한복판에 들어 앉힌다면 각종 제재로 고립 상태인 이란은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이처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중동의 복잡한 정세만큼이나 온갖 이해관계가 얽히고 섥혀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국 판을 짠 미국, 떡고물을 노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중동의 패자 자리가 위태로운 이란이 전쟁의 당사국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대리인으로 세우고 각축전을 벌일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아닌 게 아니라 전쟁 발발 직후, 10월 8일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는 해당 사태를 현안으로 내세워 비공식 긴급 협의를 소집했다. 그러나 정작 유엔의 의사를 전달하는 성명문 채택 등 즉각적인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로버트 우드 미국 주유엔 차석 대사는 “대부분의 나라들이 하마스의 극악무도한 테러 행위를 비난하고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모든 나라 그러한 것은 아니다”라고 일부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있음을 밝혔다. 실제로 이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북한 등 8개국과 3개 단체가 공식적으로 펠라스타인 하마스의 공식적인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문제는 테러 단체인 하마스의 성향,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서로에 대한 혐오를 생각하면 전쟁이 길어질수록 민간인 피해가 폭증하리라는 것이다. 일례로 고작 3일의 전쟁 기간 동안 이스라엘 측에서만 3,265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고 팔레스타인 쪽에서는 최소 4,300여 명 이상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전쟁 기간을 생각하면 양쪽 모두 말도 안 될 정도로 극심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하마스는 피난을 떠나는 이스라엘 민간인의 차량에 총알을 퍼붓거나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일가족으로 희생양으로 삼는 등 입에 담기도 어려운 온갖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심지어 이런 행동을 자랑스레 틱톡 등 SNS에 게시하며 공포를 퍼트리고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하마스는 내외국인 가리지 않고 100명이 넘는 인질을 붙잡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마스는 이들을 방패막이 삼아 “사전 경고 없이 민간인 거주 지역을 폭격하면 이 포로들을 처형할 것”이라는 등 무자비한 인질극을 벌이고 있다. 전쟁이라기 보다는 아귀다툼과 다를 게 없는 꼴이다.

 

이처럼 지금 이스라엘이 처한 상황은 대한민국이 그릴 수 있는 최악의 미래와 굉장히 흡사하다. 우리 역시 적성국들에 둘러싸여 있으며, 자칫 한발이라도 잘못 디뎠다간 강대국들의 대리전 무대가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게다가 북한이라는 표면의 적은 테러단체와 다를 게 없어 대한민국을 무너트리기 위해 온갖 더러운 짓을 벌일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해 우리는 제네바 협약이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다. 부디 대한민국이 이스라엘의 전쟁을 반면교사 삼을 수 있길 바란다.